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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2018-06-20 09: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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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은 시는 한낱 호메로스의 잔치 마당에 떨어진 부스러기에 불과하다.”
__아이스퀼로스(그리스 비극 시인)

인간은 언제부터 인간문제를 고민했을까

우리는 ‘000 오디세이’라는 표현과 자주 만난다. ‘오디세이’란 말은 ‘긴 시간의 방랑, 모험, 여행’이란 뜻으로, 미지의 영역이나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을 가리켜 즐겨 사용된다. 언제부터 이런 말이 생겨났을까?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서사시로 평가받는 〈오뒷세이아〉(‘오뒷세우스의 노래’란 뜻)가 기원전 700년경 호메로스에 의해 씌어졌을 때부터다. 게다가 그 이후로 인간은 인간의 삶과 운명을 ‘여행’과 ‘바다’에 비유하게 된다. 이 작품의 주인공 오뒷세우스가 믿을 수 없는 바다 위를 10년 동안이나 여행하게 되는데, 이것이 인생이란 불확실성으로의 여행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로써 작가 호메로스는 아무도 그것을 노래하지 않는 어둠에 싸인 역사의 첫 새벽에 인간으로서 겪는 모험과 인간이라고 불리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인간적 삶의 본질을 노래했으며 ‘인간 탐구’라는 과제를 인류에게 던져주었다. 이것이 이 작품이 지닌 항구적인 의미이며 서양 고전 목록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는 이유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세계는 호메로스로부터 학문을 일구어냈고 지혜를 얻었으며 온 유럽의 문학, 사상, 정신에 젖줄이 되었다.
국내에서 〈오뒷세이아〉 원전 번역이 출간된 것은 1996년의 일인데, 옮긴이 천병희 교수(단국대학교 인문학부 명예교수)는 그동안 변화된 언어감각에 맞추어 직역으로 어색했던 표현들을 재번역하여 10년만에 새로운 번역본을 출간했다. 10년 전에 투자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호메로스의 작품이 한두 해 있다가 사라질 것이 아님은 분명한데 그렇다면 ‘원전 번역’이란 타이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읽고자 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그 세계에 빠져들어 재미를 맛보며 읽을 수 있는 원전 번역이어야 한다는 소명감을 갖게 되었다.”(옮긴이 서문 참조) 그렇다면 이 걸작이 담고 있는 내용은 무엇일까?

그리스 문화의 원형이자 서양 정신의 출발점, 호메로스!
〈오뒷세이아〉는 플롯으로 보면 너무도 간단한 서사시(소설의 모태가 서사시다)다. 트로이 전쟁에서 ‘목마’를 고안해 승리를 이끌어낸 그리스 영웅 오뒷세우스가 전쟁이 끝난 후에 고대하던 귀향을 이루지 못하고 바다 위를 떠도는 이야기다. 그가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전쟁보다 험난한 고난의 10년 세월 동안 겪는 온갖 모험이 이 서사시의 중심 내용이자 주제다. 배가 난파되기도 하고 괴물이나 악한들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동료들을 잡아먹는 외눈박이 거인 퀴클롭스의 동굴에 갇힌 일, 동료들을 돼지로 변하게 한 요정 키르케의 마법의 섬, ‘사이렌’이란 말의 어원이 된 세이렌 자매가 사는 바위 옆을 인간으로서는 처음으로 살아서 항해한 일, 무서운 스퀼라와 카륍디스를 탈출한 일 등. 아름다운 여인들의 유혹을 받기도 하고 신들에서부터 왕들, 노예들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유형의 인물들도 만난다.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진 망망대해에서 쉽게 길을 잃고 끊임없이 떠돌아다닌다는 것. 이러한 모험을 통해 삶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도달하는 것. 이것이 인간의 삶이며 삶의 여정인 것이다. 그래서 〈오뒷세이아〉 이후 ‘인생은 오뒷세이아’라는 표현이 생겨난 것이다.

인간이 이 세계에서 체험했던 삶의 체험과 통찰의 깊이
스물네 자의 그리스 문자에 따라 〈오뒷세이아〉는 24권으로 이루어졌고 그 행수는 1만 2천 111행에 달한다. 과연 유럽 문학 최고최대(最古最大)의 서사시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가 트로이 전쟁을 소재로 한 집단적 영웅담이라면 그의 또다른 서사시 〈오뒷세이아〉는 오뒷세우스라는 특정 개인의 귀향을 둘러싼 모험담을 다양하고 복잡한 서사구조 속에서 직조해냄으로써, 신들은 구경꾼으로 하늘에 머물게 하고, ‘개인’(인간)을 이야기의 중심에 세워 인간과 세계에 대해 묘사한다.
이 대목은 일명 ‘호메로스 문제’(셰익스피어처럼 호메로스도 실존했던 한 사람이냐 여러 명이었느냐 하는 논란이 있어왔다)에서 서사시인의 전체를 일컫는 총칭이라는 의견을 강력하게 누르고 호메로스를 실존 인물로 보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호메로스 훨씬 이전 시대부터 그리스에는 영웅에 관한 신화가 넘쳐났다. 웅장하지만 뚜렷한 성격을 가진 주인공이나 통일성이 없는 개별적인 것들로 모티프나 특성을 고양시키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가 최고의 경지에 오른 천재,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시인 호메로스가 그 숱한 신들과 영웅들의 이야기와 전설을 바탕으로 총체성 속에 ‘인간’의 삶을 그려낸 것이다. 구전시가(口傳詩歌)를 편집하는 호메로스의 방식은 자신보다 힘이 강한 신화적 힘들을 극복해야만 귀향을 이루는 오뒷세우스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위협하는 신화적 힘과의 대결을 통해 굳건한 인간이 되어가는 오뒷세우스를 그린 것이다. 그 결과 호메로스는 고대 그리스의 유일한 교과서가 되어 반복해서 읽혀지고 암송되었다. 생각하는 것을 가르친 정신적 지주이자 인생을 꿰뚫어본 정신이 되었다. 모든 그리스인은 호메로스의 정신 속에서 그리스인이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플라톤은 호메로스를 가리켜 그리스의 스승이라 불렀다. 그것은 그리스에서 머물지 않고 유럽과 전세계로 흘러들었다.
그리스 문자가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기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근거가 빈약한 이 주장에는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그 자체로 유럽인이 문자를 사용하게 된 사건과 동일시될 정도로 유럽 문화에서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시사한다.
시공간을 달리하는 오늘의 독자가 읽더라도 〈오뒷세이아〉는 형태와 플롯의 완벽한 통일성 속에 너무나 강렬하고 극적인 스토리로, 인생의 위엄과 쾌락과 비극을 그려내고 있어 읽는 사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작품에 빠져들게 한다. 오랫동안 순수하고도 청명한 힘을 지니는 고전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그건 아마도 호메로스가 수세기에 걸친 인간 체험의 다양한 본질과 통찰을 밝혀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호메로스가 서양에서 ‘시인 중의 시인’으로 추앙되면서 각 민족들은 중세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자 최고의 민족 시인을 꼽고 받드는 전통이 확립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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